키보드(keyboard) 또는 자판(字板)은 컴퓨터 등의 전자 기기에서 손가락으로 타건하여 문자를 입력하는 장치(HID)이다.
원래 피아노나 오르간 같은 종류의 작은 건반 악기를 부르던 단어였으나, 이것이 타자기의 문자 입력장치와 비슷하다고 해서 타자기의 자판을 키보드라 부르게 되었다.[1] 하지만 컴퓨터가 타자기를 대체하면서 키보드도 컴퓨터의 입력장치를 뜻하게 되었다.[2] 본 문서는 컴퓨터 입력 장치인 컴퓨터 키보드에 대해서만 다룬다.
컴퓨터의 인간 인터페이스 장치(HID) 중 가장 대표적이고 기본적인 도구이다.
컴퓨터를 구성하는 장치 중 가장 밀접하다 보니, 사용자에 따른 체감 차이가 심한 편이다. 기종에 따라 키감과 키배열이 상이해서 한번 적응되면 바꾸기도 어렵다. 기계식 키보드 이용자의 경우 같은 스위치에 같은 제조사의 물건임에도 기종이 바뀌면 쉽게 적응 못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렴한 멤브레인 키보드만 찾는 사람도 있다. 때문에 직접 쳐보지 않고서는 만족할 만한 것을 찾기 어렵다. 수많은 키보드를 구매하고 사용해보고 직접 개조하며 자신의 손에 맞는 키보드를 만드는 키보드 덕후들도 있다.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중국을 위시한 전 세계 기계식 키보드 커뮤니티에서도 대한민국 커스텀 기계식 키보드는 최고로 손꼽힌다. 물량과 가격에선 중국을 따라갈 수 없지만, 품질 면에선 아직도 세계 종주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분야. 알루미늄으로 직접 하우징을 깎아서 독자 기판과 함께 스위치를 제외한 다른 부품을 완전 커스텀으로 만드는 국가는 한동안 대한민국이 유일했다.
구조가 비교적 단순하고 역할이 태생적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모든 컴퓨터 입출력 장치 중 가장 시대를 타지 않는다. 오히려 비교적 오래전 개발/유통된 키보드가 더 많은 인기를 가질 정도이다.
대부분의 키보드가 ‘F’키와 ‘J’키 및 키패드의 ‘5’키에 요철을 만들어 놓는다. 이는 표준 타법의 손가락 위치를, 눈으로 보지 않아도 손가락으로 잡을 수 있게 하는 배려.[4] 보통 작게 튀어나온 돌기를 만들어 두지만, 일부는 키캡의 깊이를 깊게 하여 위치를 잡게 하기도 한다.[5]
지금은 키보드 없는 컴퓨터란 상상하기 힘들지만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키보드는 그리 흔한 입력 장치가 아니었다. 그 당시는 주로 천공카드 또는 드럼 등의 외부 기억장치에 데이터를 직접 각인시킨 후, 이를 컴퓨터에 입력하는 방식을 사용하거나 스위치/키 세트 몇 개로 입력했다. 이는 입력의 결과가 즉각적이지 못하며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도도 매우 떨어졌다. 게다가 입력 중 수정이 필요할 경우에는 매우 난감하다. 이를 개선하여 타자기의 자판을 본뜬 입력장치가 개발되었는데 이것이 키보드다. 당시에는 가장 효율적인 입력수단이라 그런지 1975년에 나온 세계 최초의 개인용 컴퓨터부터 키보드가 컴퓨터에 붙어서 나왔다.[6]
초창기 컴퓨터용 키보드는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입력장치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즉, 당시 컴퓨터 키보드는 천공카드를 작성하기 위한 도구로서, 기존의 텔레타이프[7]를 천공카드 제조기로 개조한 물건이다. 이 텔레타이프의 키보드를 두들겨서 천공카드에 구멍을 낸 뒤, 이렇게 작성된 천공 카드를 리더에 넣어 정보를 입력하는 방식이었다. 초창기 컴퓨터 ENIAC(1946년)도 이 방식이며, 의외로 오랫동안 이용됐다.
한편 BINAC 컴퓨터(1948년)도 텔레타이프를 개조한 키보드를 갖고 있었는데, 키보드를 두들기면 천공카드에 구멍이 나는 것이 아니라 자기 테입에 데이터가 기록되는 방식이었다. 이 자기 테입을 컴퓨터에게 먹여(?) 데이터를 입력하는 방식이었으니, 천공 카드보다는 오늘날 컴퓨터에 한 발짝 다가갔다고 할 수 있을지도.
물론 당시에도 “어차피 전기 신호를 자기 테이프에 입력시키는 건데, 그냥 컴퓨터한테 전기 신호를 직접 보내면 되잖아?”라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었지만, 그 경우 입력된 내용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이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텔레타이프로 작성한 내용은 모두 종이에 출력되므로 그 내용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한 후에 천공카드나 자기테입에 입력시킬 수가 있는데, 컴퓨터에 직접 입력을 한다면 그 내용에 오류가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여기서 MIT+벨 연구소가 등장한다. 이들이 개발한 멀틱스[8](1964년)라는 시스템은, 당시 텔레비전에 이용되던 음극선관(CRT)을 출력장치의 일부로 이용하는 물건이었다. 물론 아직도 주된 출력은 종이에 인쇄되는 프린트아웃이었지만, 이 음극선관 출력장치 덕분에 카드나 테입을 거치지 않고 컴퓨터에 직접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이 가능했으며 덕분에 데이터의 입력 속도가 크게 향상되었다. 이 음극선관 출력장치는 시각 정보를 보여주는 터미널이라 하여 “Video Display Terminal”, 줄여서 “VDT”라 불렸으며, 자료의 입출력을 지켜볼 수 있는 장비라 하여 “비디오 모니터”, 줄여서 “모니터”라고 불리기도 하였는데 오늘날엔 대개 그냥 “모니터“라 부른다.
이처럼 모니터가 달린 컴퓨터들이 등장하면서 키보드는 컴퓨터의 중요 입력장치로 그 지위가 점차 향상되었다. 물론 당시 컴퓨터에는 키보드 외에도 복잡한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달려 있었지만, 자료의 입력에서는 키보드가 가장 중요하였다.